본문으로 바로가기

건강 칼럼

남자는 갑, 여자는 을?

파일
작성일 2014-06-02 조회수 3,844

 

남자는 갑, 여자는 을?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제목을 본 몇몇 독자들은 남녀평등과 여성상위시대를 넘어 이젠 남성역차별론까지 나오는 시대에 무슨 엉뚱한 소리인가 하겠지만 남자는 갑, 여자는 을의 관계인 분야가 비뇨기과에는 있다. 비뇨기과 의사가 하는 말이니 당연히 여성인권과 관련된 내용은 아니지만 남성들이 마냥 좋아할만한 그리 좋은 얘기는 아니다. 남성과 여성은 질병에 있어서도 발생, 진행, 치료에 있어 차이를 보이고 이를 고려한 의학을 성인지의학(Gender specific medicine)이라 하는데 성병도 이에 해당하는 질환이다.

 

성병은 인류가 생긴 이래 내내 성생활에 따라다녔다. 성병은 성관계 시 성기를 통해 감염되는 병을 말하지만 최근에는 모든 성행위를 통해 세균, 바이러스, 원충 또는 곰팡이에 전염될 수 있는 질환을 모두 포함해 성인성질환(性因性疾患; Sexually Transmitted Disease)이라고 한다. 현재 제3군법정전염병으로 매독·임질·연성하감·비임균성요도염·클라미디아·성기단순포진·첨규콘딜롬 등 7종이 지정돼 있다.

 

성병에 의한 감염부위는 요도가 가장 흔하고 성생활 형태에 따라 후두, 직장 등도 감염된다. 보통 남자는 임질, 여자는 클라미디아가 많다. 감염 후 2~3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는 임질은 남성의 경우 음경불쾌감, 요도작열감, 배뇨통, 분비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남성환자의 10%, 여성환자의 90%는 아무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클라미디아 감염 시에는 질이나 요도분비물, 배뇨통, 하복부통증, 외성기가려움증 등이 나타나는데 남성환자의 50%, 여성환자의 70~80%에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여성의 경우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여성환자 60%는 무증상으로 본인이 감염됐는지 모르고 지내다가 진단이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계속 감염원으로 있으면서 골반염이나 불임, 자궁외 임신, 유산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남자에 비해 여자에게서 성병이 2배 이상 더 많이 발생하는데 이는 여성이 면역학적으로 성병균에 더 취약하고 감염되기 쉬운 해부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감염기회는 남성이 임질균을 가진 여성과 일회 성관계를 했을 때 20% 정도이지만 여성은 80%로 무려 4배 이상 높다. 즉 여성이 남성에 비해 성병에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증상이 없는 경우도 더 많기 때문에 제때 진단이나 치료를 받기 어렵다.

 

또 여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트라코모나스질염은 성교를 통해 전염되지만 물에서 생존하고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목욕탕이나 수영장에서, 혹은 불결한 의복이나 수건을 통해서도 감염된다. 주로 누런색 거품과 악취가 나는 냉이 생기고 성기가 따끔거리거나 가렵다. 여성만 치료받을 경우 재감염의 원인이 되기도 해 반드시 함께 치료해야한다.

 

성병은 예방이 최선이지만 의심되면 빨리 진단을 받아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좋다. 성병에 걸리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 명의 파트너와 건전한 성생활을 하는 것인데 성관계를 하는 파트너의 수가 많을수록 발병위험도는 높아진다.

 

현재 성병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콘돔이지만 백퍼센트 효과적이지는 않다. 성병예방을 위해서는 항문성교나 집단성교 등 부적절한 성행위를 피하고 피치 못할 경우 반드시 콘돔을 사용하며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 대부분의 성병은 조기발견해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상이 있으면 즉시 전문의를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이때는 반드시 파트너도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 예의이자 재감염을 막을 수 있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