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쭉쭉빵빵'이 다 좋은 건 아니다
'쭉쭉빵빵'이 다 좋은 건 아니다
주웅 이대여성암병원 교수
지난해 이맘때 뉴욕타임스에 실린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의 유방 절제 소식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얼굴과 몸이 생명인 여배우가 유방 절제 수술을 결정했다는 것 자체가 상상할 수 없었던 첫 번째 놀라움이었고 유방암 유전자가 뭐길래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하는 궁금증과 두려움이 두 번째 놀라움이었다.
1975년생이니까 당년 38세, 슬슬 중년으로 접어드는 그녀가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의 제목은 '나의 의학적 선택'이다. 기고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유전으로 인해 유방암 발병 위험이 일반인보다 높지만 현재 유방암이 생긴 것은 아니다. 앞으로 생길 암의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 나 스스로의 결정으로 유방 조직을 다 제거했다."
졸리가 가진 유전적 소인은 알려진 대로 BRCA 유전자 돌연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유전자 돌연변이의 빈도가 매우 낮지만 서양은 동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졸리는 유방 절제 수술을 했듯 향후 적당한 시기에 예방적 목적으로 양쪽 난소 절제 수술을 받을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임신, 출산이 아니라도 난소는 여성호르몬을 분비해 피부나 몸매의 여성다움을 유지하고 뼈를 튼튼하게 해 골다공증이 생기지 않게 하는 기능적 역할을 하고 있으니 난소 절제는 조금 후로 미룬 것이다.
졸리의 선택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는데 과잉치료와 과잉비용에 대한 것이 많았다. 유방암 발병 확률이 높다면 검진을 자주 해 조기 발견하는 방법이 있으며 이 경우 유방 절제, 재건성형보다 비용이 적게 들 것이므로 졸리의 선택은 의료 자원의 낭비라는 주장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러나 유방암의 위험 요인을 생각해 보면 이런 주장에 재반론을 할 수 있다. 졸리는 유전성 유방암이 아닌 자연발생(산발성) 유방암의 위험 역시 보통 여성 보다 높았기 때문에 고심 끝에 절제를 결정했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녀의 유방암 발병 위험을 높인 다른 요인들은 바로 그녀의 (절제 수술 전의) 풍만한 가슴과 훤칠한 키다. 유방이 크다는 것은 유방 조직의 양이 많다는 것인데 유방 조직의 줄기세포 숫자는 조직의 양, 즉 유방의 크기에 비례한다. 다시 말해 가슴이 풍만한 여성은 유방 줄기세포를 더 많이 가진 것인데 줄기세포 숫자가 많을수록 세포 이상의 확률이 높아지므로 유방암 위험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키 큰 여성 역시 유방암의 위험이 증가한다. 키와 유방암이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연구 결과는, 키 큰 사람이 키 작은 사람에 비해 어렸을 때부터 성장기까지 성장 촉진 호르몬이 더 많았을 것이고 그 호르몬은 정상 세포가 암세포로 변환되는 과정에도 관여하므로 유방암의 위험이 더 높다는 가설로 설명되고 있다. 졸리가 여기까지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여하튼 '쭉쭉빵빵'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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