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심심풀이 땅콩’의 신비한 효능을 아시나요
‘심심풀이 땅콩’의 신비한 효능을 아시나요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심봉석 교수
“심심풀이 땅콩 있어요.”
오래전 영화관이나 열차에서 종종 들을 수 있던 소리다. 영화관에서는 좌판을 맨 판매원이 “오징어 있어요”를, 열차 안에서는 홍익회 판매원이 손수레를 밀면서 “삶은 달걀 있어요”를 외쳤다.
지루한 시간을 위한 간식거리로 팔았겠지만 왜 하필 땅콩이었을까? 당시에는 먹거리가 다양하지 않아 들고 다니면서 판매할 수 있었던 건 땅콩이나 오징어, 삶은 달걀 정도였을 것이다. 요즘도 그저 시간 때우기라는 의미로 ‘심심풀이 땅콩’이라는 표현을 쓴다. 하지만 사실 땅콩은 대단한 효능을 가진 건강식품이다.
땅콩의 원산지는 남미로 꽃이 지고 나서 꼬투리가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고 난 후 열매가 열린다고 해 한자로는 낙화생(落花生)이라 한다. 땅콩처럼 딱딱한 껍질 속에 들어있는 열매를 견과류라고 하는데, 땅콩 이외에 호두, 잣, 아몬드, 마카다미아 등이 있다. 견과류에는 필수아미노산, 불포화지방, 지용성비타민과 나이아신, 마그네슘 등이 풍부해 건강에 큰 도움을 준다. 특히 콜레스테롤이 혈관벽에 축적되는 것을 막아 동맥경화증을 예방하고 심장과 혈관을 튼튼하게 해주며 뇌기능향상과 치매예방, 피부탄력유지, 다이어트 등에 좋은 효과가 있다. 따라서 견과류는 콜레스테롤을 낮주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결국 발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천연발기력향상제다.
‘에이, 뻔한 얘기네~ 그 정도는 상식 아닌가?’하는 이들을 위해 견과류의 효능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남성정력에 있어 의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다. 40대 이후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면 발기력 감퇴와 함께 성욕은 떨어지고 짜증·우울 등 갱년기증상이 나타난다. 남성갱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하거나 분비를 증가시켜야 하는데 여기서 견과류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견과류에 많은 지방산은 테스토스테론의 원료로 쓰이고 비타민E와 리놀렌산은 고환의 혈류를 향상시켜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한다. 또 비타민E는 성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전립선 건강에 도움을 주고 아몬드는 트립토판이 풍부해 행복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켜준다. 이처럼 견과류는 단순히 발기력 강화뿐 아니라 근본적인 남성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다.
이 효능을 일찍이 안 우리 선조들은 견과류를 그냥 심심풀이 먹을거리로 놔두지 않았다. 세시 명절인 음력 정월대보름에는 오곡밥을 지어 먹고 부럼이라고 해 밤, 잣, 호두 등 껍질이 단단한 견과류를 깨물어 먹는데 이렇게 하면 부스럼이 생기지 않는다고 일러줬다. 남성건강기능식품인 견과류를 단지 부스럼에 좋다고 한 전통풍습에는 또 다른 지혜가 숨겨져 있다. 견과류를 너무 많이 섭취할 경우 칼로리가 높아 비만의 원인이 되고 소화기관 기능장애와 설사를 일으킬 수 있으며 정력제로 남발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즉 땅콩 등 견과류는 남성건강을 위한 기능식인 것이다. 하지만 견과류를 많이 먹는다고 무조건 정력이 강해지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테스토스테론 감소나 발기력 감퇴 등 남성갱년기는 과음, 흡연, 비만, 스트레스 등의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해 위험도가 더 커지게 된다. 정력식품을 찾아다니느라 호들갑을 떨기보다는 평소 꾸준한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 등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정력유지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