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중년의 성생활에서 중요한 한가지
중년의 성생활에서 중요한 한가지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그렇지? 내 말이 맞지?”
바야흐로 모임이 많은 시기이다. 술이 좀 들어가면 은근히 분위기를 주도하는 친구가 있고 옆에서 ‘나는 뭐지?’라는 표정으로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고 있는 친구도 있다. 다들 중년이니 성에 있어서는 역전의 용사인데도 그렇다. 그런데 기껏 목소리를 높여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해놓고 끝에 가서는 비뇨기과 전문의인 필자에게 동의를 구한다. 그냥 웃고 말지만 이미 그 친구는 다른 사람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사실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이 많고 믿을 수 없는 말인데도 그렇다.
“갱년기? 난 그런 거 몰라. 아직도 팔팔해.”
중년이란 의학적으로 갱년기의 시작을 의미한다. 갱년기가 몇 살에서 몇 살까지라고 확실히 구분할 수 없지만 보통은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까지다. 남녀 모두 갱년기가 되면 성호르몬 감소로 신체적·정신적 불편함을 겪는다. 여성은 생리단절 등 갱년기증상을 확연하게 겪지만 남성은 개인차가 심하다. 여러 불편함 중 가장 절실하게 와 닿는 것이 성적인 문제다. 하지만 남녀 간의 성과 사랑은 정답이나 공식이 있을 수 없고 보통 우리가 잘 안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년의 성’에 관한 지식이 의외로 의학적인 근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
“내 건 젊을 때부터 이만 해! 넌 요만하지? 그래서 어떻게 사니?”
자기 얘기를 할 때는 주먹을 쥐고 팔뚝을 내밀어 흔들면서 친구에게는 새끼손가락을 펴 보인다. 남성의 음경크기에 대한 집착과 오해는 끝이 없고 크면 클수록 여자를 더 잘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크기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여성의 질은 매우 부드러운 점막조직으로 유연성이 크고 신축성이 뛰어나 음경의 길이와 굵기에 관계없이 기본적으로는 같은 만족감을 받는다. 음경의 길이가 5cm 이상이면 여성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정상적 성생활이 가능하다. 크기나 굵기는 단순히 심리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일 뿐이다.
“한 달에 몇 번 하니?”
중년남자들 술자리에 빠지지 않는 이야기다. 비슷한 연령대의 성생활이 어떤지 궁금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연령대별로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다. 의무방어전이라는 속어도 있지만 실제로 성생활은 1주에 몇 회, 1개월에 몇 회와 같은 어떤 규칙에 의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성에 관한 보고서에는 연령대 별로 며칠에 한번 하라고 적혀있지만 이는 주로 남자의 성 회복력에 관한 것이다.
“테크닉이면 나야, 나! 돌직구에 변화구, 싱크, 너클볼, 무궁무진하다니까.”
야구이야기가 아니다. 성생활을 멋있게 하려면 다양한 테크닉과 체위를 구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중국 소녀경에는 30개 체위, 인도의 카마수트라에는 529개의 체위가 소개돼 있지만 대부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자세들이다. 남성 상위인 대면위가 서로 표정을 주고받음으로써 애정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자세다. 특별한 성적 기교보다는 편한 상태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집중하는 것이 더 큰 즐거움과 만족감을 준다. 중년의 성에 있어서는 부부 간의 교감이 가장 중요하다.
“울 마누라는 할 때마다 죽어.”
남성과 여성의 성기관은 구조와 기능에 있어 차이가 있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오르가즘을 동시에 느끼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다. 남성은 사정하는 순간 최고의 쾌감이 있지만 여성은 사정이란 현상이 없기 때문에 오르가즘을 느끼는 게 쉽지 않다. 실제 성생활에서 동시에 끝내려는데 염두에 둔다면 즐거움이 줄어들 수 있다. 여성은 성관계 자체보다는 분위기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절정에 달하지 못한다 해도 심리적으로는 만족스러운 성생활이 될 수 있고 생리적으로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중년의 성생활은 횟수나 강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호존중과 정서적 친밀감을 바탕으로 애정표현의 한 수단으로 행해져야 한다. 남편, 아내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집중해야 하며 특히 떨어진 남편의 성적 능력을 이해하는 아내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