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방치되고 있는 성소외자들
방치되고 있는 성소외자들 삶의 행복추구권도 보살피는 게 박근혜 정부가 해야할 일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성적소수자'와 '성소외자'는 같은 종종 의미로 착각하지만, 엄연히 다른 사람들을 지칭하는 단어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성적소수자'에 대해 많이 너그러워지고 이해하는 사회가 된 것 같다. 원래 남성이었던 연예인 하리수와 모델 최한빛은 성전환 수술로 여성이 되고 법적으로도 인정을 받았다. 수년전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후 한동안 보이지 않던 탤런트 홍석천은 이제는 각종 드라마와 공중파 인기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주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성적소수자란 이성애자인 성적다수자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을 일컫는다. 아직도 종교적으로는 성적소수자를 인정하지 않지만, 이러한 소수의 성적 경향이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유전, 환경, 생물 등의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라는 개념이 받아들여짐으로써 이들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 줄어들게 되었다.
성적소수자들이 용인 받는 사회적 문화적 분위기가 될 정도로 관대해졌지만, 성에 대해 차별을 받고 제대로 된 성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는 '성소외자'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크지 않다.
성소외자들 자신마저도 먹기 살기 바빠서 그런지 그들 삶에 있어서 성욕은 사치일 뿐이고 성생활은 배제된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성소외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임상실습을 나온 대학원생들과 성적소수자와 성소외자를 주제로 얘기를 나누었던 적이 있다.
"성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성소외자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이라 생각하나요?" 민감한 주제라서인지 아니면 잘 몰라서인지 서로 머뭇거리다가 한 학생이 답을 하였다. "못, 생긴, 사람들이요…"
요즘처럼 성에 대해 개방적인 시대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정답이 아니다. 성소외자란 단순히 성 파트너를 구하기 어려운 사람이 아니라 "육체적 제약과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기 어려운 사람"을 말한다. 남녀 구분 없이 장애인이나 배우자가 없는 노년층이 이에 해당한다.
종족번식만이 목적인 동물들의 성과는 달리 인간의 성은 쾌락과 함께, 소통, 교감, 행복을 추구하는 우리 삶의 한 부분이다. 나이가 들거나 신체적 기능이 떨어짐과 관계없이 정서적인 성 욕구는 지속된다. 사람들의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안정감이고, 행복한 성생활은 이를 이루기 해주는 중요한 요인이다.
성생활은 정서적 친밀감을 주고 신체를 유지하여 노화를 막아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성생활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불만족스러우면 우울증이나 신경증을 일으키고 신체적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성생활은 심폐기능을 강화시켜 주고, 유익한 고밀도지단백-콜레스테롤의 농도를 높이고 통증 및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삶의 만족감을 높이고 정신적 안정을 주기 때문에 성과 건강은 필수적인 관계이다.
현대의학과 생명공학의 눈부신 발전은 평균수명을 연장시켜 주었고 장애인들도 일상생활을 유감없이 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신체적으로 불편한 장애인이나 노인들의 성은 주책으로 치부되어 부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성소외자들의 성에 대한 열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관심을 갖는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 성은 그들의 삶에 있어 의미를 부여해 줄 수 있는 원동력이다. 노인들이나 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성적인 문제는 그들만의 특별한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가지고 있는 문제라는 것을 인식하여야 한다. 성소외자들의 성문제가 일반적인 사회적 현실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에서는 중증장애인인 주인공이 가지고 있던 성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을 유쾌하게 보여준다. 이 주인공처럼 성소외자들도 삶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으로서 사랑과 성을 원하고 또 필요로 한다.
차기정부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고 약속하였다. 우리의 생활에는 단순히 의식주 등 생계수단만이 아니라 삶의 행복추구권도 있으므로 이를 함께 보살피는 포괄적인 민생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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