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 청결한 방광관리 숨은 뜻이…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 청결한 방광관리 숨은 뜻이…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교수ㆍ비뇨기과 전문의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 부잣집에서는 뒤웅박에 쌀을 담고 가난한 집에서는 여물을 담기 때문에 여자가 어떤 남자를 만나 어떤 집에 시집가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뒤웅박이란 박을 쪼개지 않고 꼭지 근처에 구멍만 뚫어 속을 파낸 바가지인데, 위에 뚜껑이 덮인 동그란 형태가 요강과 똑같이 생겼다. 모양만 봐서는 혹시 뒤웅박을 요강으로도 사용하지 않았을까 의심할 정도이다. 요강도 경제적 능력에 따라 사기나 놋쇠, 양은으로 만든 걸 사용했고, 혼수의 필수품이었으며, 이사할 때면 요강에 쌀을 담아서 맨 먼저 새집으로 들이는 전통이 있었다.
요즘 여자들에게 뒤웅박 팔자라는 얘기를 하면 난리가 나며, 요강을 사용하는 사람 또한 없겠지만 비뇨기과 관점에서는 아직도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이다. 이는 뒤웅박과 요강, 그리고 방광의 모양이 비슷할 뿐만 아니라, 셋 모두가 소변이 담기는 그릇이며(물론 뒤웅박이 요강의 원조라는 건 순전히 필자의 개인적 추정일 뿐이고), 여자와 관련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뒤웅박과 요강이 여자들의 필수품이었듯이 방광도 여자의 필수 장기로 평생의 삶을 함께 하며, 뒤웅박이나 요강에 무엇이 담기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듯이 어떤 방광에 어떤 소변을 담느냐에 따라 여자의 생활도 달라진다.
"어릴 때부터 '소변'을 자주 봐요." "결혼하고 자주 오줌소태로 '소변' 볼 때 아파요." "애 낳은 후부터 '소변'이 급해서 참기 어려워요." "폐경이 되고나서 '소변'이 찔끔 새요." 여러 여성들이 하는 얘기일 수도 있고, 한 여성의 소변에 관한 일대기이기도 하다. 여성의 일생에 걸쳐 소변의 불편함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이 방광염, 과민성방광, 요실금인데, 여자와 숙명적인 관계이고, 그 중심에는 방광이 있는 것이다. 많은 여성들이 소변 보는 불편함을 여자이기 때문에 겪는 당연한 현상으로 여기고 체념하고 지낸다. 그러나 그 불편함은 화장실에 그치지 않고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건강한 소변을 위해서는 배뇨 및 배변을 규칙적으로 하고 소변을 억지로 오래 참거나 일부러 자주 가지 않는다. 배변 후에는 요도로 세균이 침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앞에서 뒤로 닦고, 물을 적절하게 마신다. 그리고 과식이나 과음, 흡연을 삼가며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몸을 자주 움직이고 스트레칭을 생활화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요강을 사용하던 시절, 할머니는 며느리나 딸들에게 이런 잔소리를 하셨다고 한다. "밥을 지어 먹어도 될 정도로 정갈하게 간수하는 것이 요강이야. 항상 깨끗하게 관리하란 말이여." 이런 말씀에는 건강한 배뇨생활을 위해 방광을 깨끗하게 잘 관리하라는 심오한 뜻도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