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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복싱 '키드니 블로' 금지 이유는… 신장 작은 충격에도 파열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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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2-08-29 조회수 4,202

 

복싱 '키드니 블로' 금지 이유는… 신장 작은 충격에도 파열 위험

 

어린 시절 김기수 선수가 한국 최초의 세계 챔피언이 되는 모습을 보며 권투를 처음 알게 되었고, 대학생 때는 홍수환 선수가 카라스키야와 벌였던 사전오기(四顚五起) 시합을 보며 펄쩍펄쩍 뛰다가 발을 삔 추억이 있다. 과거에는 권투가 유일한 국민 스포츠였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이면 권투 흉내를 내며 놀았고, 권투 용어를 종이에 적어가며 외우기도 하였다. '피니쉬 블로' '카운터 블로' '오픈 블로' '키드니 블로' 등 블로(Blow)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권투용어가 꽤 많았는데, 한번은 영어시험에 'blow'가 나와서 아무 생각 없이 '가격'이라고 번역했다가 틀렸던 적이 있다. '바람이 불다'와 '꽃이 피다'라는 다른 뜻도 있다는 걸 권투용어에 익숙해져 있는 바람에 몰랐던 것이다.

 

권투는 글러브를 끼고 상대방을 가격하는 스포츠이다. 허리의 벨트라인 위쪽은 어디를 때려도 되지만, 절대로 가격해서는 안 되는 부위가 있다. 옆구리에 있는 신장에 대한 고의적인 타격은 반칙으로 절대 금지인데, 이를 키드니 블로라고 부른다. 심지어는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장기인 심장에 대한 펀치는 허용하면서도, 신장에 대한 타격을 금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신장이 심한 충격을 받으면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데 그런 이유 때문일까? 그렇다면 코피가 날 수 있으므로 코에 대한 가격도 금지를 해야 하지 않는가?

 

신장이 하는 일은 피에서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만들고, 몸의 수분과 전해질을 조절하며, 혈압과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물질을 분비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부드럽고 연약한 조직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몸의 가장 중요한 필수 장기인 심장은 골격근으로 이루어져 비교적 튼튼함에도 단단한 뼈로 이루어진 흉곽 속에 위치하여 외부 충격으로부터 보호되고 있다. 반면에 부드러운 연조직으로 이루어진 신장은 갈비뼈 아래 후복막 깊숙이 위치하여 앞쪽은 간장과 창자, 뒤쪽은 척추와 등 근육, 옆으로는 갈비뼈에 둘러싸여, 외부충격이나 손상이 직접 전달되는 것을 막고 있다.

 

이렇게 잘 보호받고 있는 신장에 대한 가격이 권투에서는 왜 금지되는 것일까? 신장의 조직 자체가 워낙 약하고 신장을 둘러싸고 있는 장기들만으로는 충격 흡수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격렬한 사고가 아니더라도 피부의 상처가 없이 옆구리의 타박만으로도 그 충격이 바로 전달되어 신장이 파열될 수도 있다. 신장이 파열되었을 때에는 옆구리에 심한 통증과 함께 혈뇨가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얼마 되지 않는 비뇨기과 응급질환 중의 하나이다. 출혈이 심할 경우에는 응급수술로 파열된 부분을 봉합하거나 신장을 적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2, 3주 가량의 절대 안정과 약물요법으로 치유된다.

 

상체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 어딘지 알게 되었다고 친구들과 장난치면서 일부러 옆구리를 치는 비겁한 행동은 하지 말자. 잘못하면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위해가 될 수도 있다.

글.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심봉석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