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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비만은 비뇨생식기에도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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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2-08-29 조회수 4,434




 

비만은 비뇨생식기에도 '적'

 

내장지방이 최대 위협 요소

 

글.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심봉석 교수


"니 병살타 치러 왔나? 야, 이 돼지야!"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해운대'에서, 야구장을 찾은 설경구가 술에 취해서 난동을 부리며 롯데자이언츠의 이대호 선수에게 소리친다.

 

돼지. 뚱뚱한 사람을 놀리거나 혹은 애교스럽게 부르는 단어인데, 의학적인 용어로 바꾼다면 '비만'일 것이다. 지금은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팔로스 4번 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이대호 선수의 프로필에는 194㎝, 130㎏으로 나와 있는데, 이를 BMI(체질량지수)로 계산하면 34.5로 고도비만에 속한다.

 

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등 각종 만성 성인질환의 위험요인으로, 비뇨기과의 거의 모든 질환과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비만의 지표인 뱃살과 허리둘레가 클수록 비뇨생식기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쳐서 배뇨장애, 성기능장애, 불임, 전립선염, 만성골반통 등을 일으키고 남성력의 퇴화를 촉진한다. 비만으로 인한 잉여 칼로리는 전립선에 염증을 일으키고 크기를 증가시키며 암세포 증식을 일으킨다고 한다. 또한 비만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감소시키고 여성호르몬의 비율을 상대적으로 증가시킨다. 뚱뚱한 남성들 대부분에서 보이는 출렁거리는(?) 가슴은 단순히 지방이 축적되어서 커진 것이 아니라, 여성호르몬에 의해 유방조직이 성장함으로써 만들어지는 여성형 유방인 것이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뚱뚱하다고 무조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스모 선수들은 모두가 덩치가 크고 뚱뚱하기로 유명한데, 일부러 살을 찌우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렇다면 뚱뚱하기 그지없는 스모선수들도 비만으로 인한 여러 위험요인들로부터 고통을 받을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몸무게가 최소한 150㎏ 이상으로, 겉보기에는 온통 지방덩어리로 채워져 있어서 건강에 문제가 많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들의 신체지방의 양은 일반인들에 비해서 오히려 적다. 스모 선수들은 나름대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살을 찌운다. 근육의 양과 강도를 늘리면서 지방을 몸 전체에 골고루 피하지방으로 분포하게 함으로써, 건강에 유해한 내장지방은 거의 없다고 한다.

 

요즘 프로야구에서는 이대호를 비롯하여 김태균, 김동주, 최준석 등 한 덩치 하는 선수들이 파워와 함께 순발력과 유연성을 보이며 중심선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를 보면 단순히 체형이 문제가 아니라 체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2009년 영화에서 돼지라 불리는 수모(?)를 당한 이대호 선수는 이듬해인 2010년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세계 프로야구 신기록을 세우고 국내 최초로 타격 7관왕을 차지하였다. 무조건 마르고 근육질 몸매가 최고로 추앙 받는 한국 사회에서, 당당한 뚱보로 거듭난 것이다. 물론 이렇게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적은 내장지방과 충분한 근육량을 가진, 의학적으로 건강한 뚱보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