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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남자도 골반이 있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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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0-11-12 조회수 3,007


[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남자도 골반이 있다 ②

 

글·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의학에서 ‘증후군(症候群, syndrome)’이라는 용어는 여러 증상들이 함께 연관돼 나타나지만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을 때 사용한다. 영어 신드롬은 그리스어에서 나온 것으로 ‘함께 달리다(run together)’라는 뜻이다.

대표적인 비뇨기과 증후군인 만성골반통증후군은 비세균성 만성전립선염의 또 다른 명칭으로 통증이 주요증상인데 다양한 배뇨장애, 성기능장애 등이 함께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검사상 특징적인 소견이 없는 경우가 많아 환자의 증상과 상태만으로 진단을 한다. 보통 3개월 이상 주기적으로 증상이 나타날 경우나 비정기적으로 6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될 경우에 만성골반통증후군이라고 정의한다.

 

위험요인은 대단히 복잡하고 다양한데 기질적 문제 외에도 심리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전립선 주위의 골반근육이 수축해 증상이 유발된다. 증상은 갑작스럽게 나타날 때도 있고 몇 년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날 때도 있다.

48세의 영찬 씨는 요즘 무척이나 힘들다. 개인택시를 운전한지 20년 가까이 됐고 그동안 특별한 문제없이 잘 지내왔는데 얼마 전부터 회음부가 뻐근해 불편하기 그지없는 것이다. 소변도 잘 나오지 않고 발기력도 전만 못한 것 같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27세의 창희 씨는 소위 배달의 기수다. 20대 초반 중국집 배달원부터 시작해 지금은 퀵서비스업체의 유능한 직원으로 인정받을 만큼 거의 하루 종일 오토바이를 탄다. 한 가지 걱정거리라면 몇 년 전부터 종종 아랫배와 음낭 주위에 불쾌감이 있었지만 병원을 찾은 적은 없다. 술을 좋아해 일주일이면 4~5차례 소주 1~2병씩 마시고 가끔 폭음하기도 한다.

 

36세의 수길 씨는 잘 나가는 펀드매니저다. 종일 긴장상태로 휴일도 없이 펀드에 매달려 지내지만 나름대로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다. 매일 운동도 하고 영양제도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 그런데 얼마 전 투자한 주식의 주가가 갑자기 떨어지는 바람에 한 달 내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더구나 요즘 들어 소변도 자주 마렵고 수시로 음경과 회음부에 콕콕 찌르는 느낌이 난다.

 

병원을 찾아온 영찬 씨, 창희 씨, 수길 씨 모두 진찰과 검사를 한 결과 만성골반통증후군으로 진단됐는데 직업·환경·생활습관·심리적 위험요인으로 인해 만성골반통증후군이 발병하게 된 대표적인 경우들이다.

 

만성골반통증후군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것은 통증이다. 주로 골반 부위, 즉 회음부나 치골상부에 주로 나타나지만 성기나 허리 아래쪽에 있을 수도 있고 사정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또 격렬한 통증, 불쾌감, 묵직함, 감각이상 등 여러 상태로 나타날 수 있으며 갑자기 통증이 왔다가 감쪽같이 사라지기도 하고 불편한 느낌이 수일 혹은 수주간 지속되기도 한다. 배뇨장애증상이나 성기능장애도 통증과 함께 자주 나타난다.

 

이러한 육체적인 불편함과 함께 정신적인 문제가 동반되는데 대부분 불안감과 우울증 증상을 느낀다. 매사에 의욕이 없어져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스스로의 자긍심도 많이 떨어지게 된다.

 

“완치가 가능한가요?”

수차례 반복된 재발로 크게 고생한 환자들이 많이 묻는 질문이다. 대답은 “조건부로 가능하다”다.

 

즉 만성골반통증후군은 세균성 감염질환이 아니라 생활병이기 때문에 병원치료와 함께 생활습관의 교정이 필요한 것이다. 여러 가지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치지 못할 경우 치료를 하더라도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고 결국 불치병으로 평생 고생해야 할지도 모른다.

 

완치를 위해서는 꾸준하고 성실하게 치료 받는 것이 중요하지만 본인 스스로의 관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가급적 과음하지 말고 과로나 스트레스를 피해야 하며 어쩔 수 없이 과로한 후에는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오래 앉아있어야 하는 사무직인 경우 규칙적으로 일어나 골반의 긴장을 풀어주고 따뜻한 물을 이용한 온수좌욕을 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궁금해 하시는 지난번 칼럼의 퀴즈 정답이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된 트랜스젠더들은 성전환수술에서 전립선은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다. 하지만 여성호르몬을 보충하고 있다면 전립선이 위축돼 전립선비대증이나 만성전립선염의 발생 가능성은 거의 없고 자궁이 없기 때문에 여성형 골반통도 발생하지 않는다.

 

방광염은 남성형 요도괄약근과 전립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요도가 짧은 여성보다는 아무래도 덜 걸릴 것이다. 한마디로 트랜스젠더들은 골반 라인과 더불어 방광염과 전립선질환에 있어서 상당히 유익한 점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