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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남자는 털고 여자는 닦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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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0-07-27 조회수 5,324

[심봉석 교수의 재미있는 비뇨기과 상식] 남자는 털고 여자는 닦고······

 



글·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교수

[쿠키 건강칼럼] “소변볼 때 마무리가 잘 되지 않아요. 계속 방울방울 떨어지고 언제 끝내야 할지 느낌이 없어요.”
“소변 다 보고 바지 지퍼 올리고 돌아서면 나도 모르게 몇 방울이 떨어져 바지까지 적시게 돼요.”

전립선비대증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이런 얘기까지 하는 분들은 드물지만 가끔은 이런 불편함만으로 오시는 분들도 있다. 첫 번째는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해 방광의 수축력이 저하돼 나타나는 증상이지만 두 번째는 방광에 의한 것이 아니라 요도의 문제로 일어나는 증상이다.

어릴 적 개구쟁이가 아니더라도 남자아이들은 함께 어울려 놀다가 한 명이 오줌을 누기 시작하면 하나둘 옆에 서서 같이 누기 시작한다. 이때 소변으로 이름쓰기, 멀리보내기, 오래누기 등 서로 경쟁하게 되고 이긴 아이는 괜히 으쓱해진다.

여자들이 친구들과 화장실에 같이 가면서 친해지듯이 남자아이들도 소변으로 겨루기를 하면서 친해지는 것이다.(고추친구, 불알친구가 이래서 생긴 말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무리 친하고 스스럼없이 지내는 여자아이라 하더라도 남자아이들의 그런 장난을 따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소변으로 하는 장난은 남자아이들만의 특권인 셈이다.

남자아이들이 이런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여자들과는 다른 요도 때문이다. 성인여자의 요도는 5cm 정도로 짧고 직선모양으로 괄약근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남자의 요도는 20cm 정도이고 S자 모양을 하고 있으며 괄약근이 잘 발달돼 있다. 방광에서 시작되는 요도는 전립선이 둘러싸고 있고 앞으로 돌출돼 있는 음경에는 요도가 관통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특징으로 인해 여자는 소변보는 중간에 끊기가 어렵고 요실금과 방광염의 위험도가 높다. 반면 남자는 소변장난도 할 수 있지만 전립선으로 인한 배뇨장애의 위험을 갖고 있으며 요도에 남아있는 소변으로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요도는 안쪽부터 점막, 평활근, 해면체로 구성돼 있는데 소변의 마무리단계, 즉 방광이 다 비워진 후 요도평활근이 수축해 요도에 남은 오줌을 마저 처리하게 된다. 그런데 요도의 평활근은 얇고 약하기 때문에 나이가 들거나 전립선에 문제가 있는 경우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방광의 수축력이 저하돼 일시에 소변을 내보내지 못하는 경우 요도에 남아있는 소변의 양이 많아지게 된다. 이 경우 방광을 다 비운 것으로 생각해 마무리를 하고 바지 지퍼를 올리고 돌아서면 요도에 남아있던 소변이 주르륵 흘러 팬티나 바지, 심지어는 다리를 타고 양말까지 적시게 된다.

혹시 남편이 화장실에 다녀온 후 양말이 젖어있어도 소변을 제대로 보라고 야단치지 말자. 현명한 부인이라면 요도에 문제가 있는지를 걱정해주자. 부인이 야단치지 않더라도 소변에 옷을 버리게 되면 축축하고 냄새가 나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많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면 남자들의 요도에 남는 오줌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의학적으로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항문을 조이는 운동이 도움이 된다고는 하지만 확실하지 않고 그저 소변보고 난 후 잘 터는 수밖에 없다.

보통 소변을 오랜 시간에 걸쳐 보는 사람들일수록 마지막에는 급하게 끝내는 경우가 많은데 잘 털어야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줄일 수 있다. 특히 공중화장실에서는 기다리는 사람들 때문에 더 서둘러 마무리를 하는, 딴사람 눈치 볼 것 없이 느긋하게 잘 털고 끝내야 한다.

또 잘 터는 것도 요령으로 소변이 끝난 후 2~3번 털고 후딱 집어넣지 말고 5초 정도 기다렸다가 후부요도에 있는 오줌이 앞으로 나오게 한 후 털어야 깔끔하게 마무리된다.

다행히도 여자는 워낙 요도가 짧아 요도에 남겨진 오줌으로 인한 불편함은 생기지 않는다. 대신 요도 입구 바깥쪽으로 주름진 음순이 위치하고 있어 소변 끝 무렵에 힘이 약해지면 음순에 오줌이 묻게 되므로 소변보고 난 후에는 잘 닦아야 한다.

그런데 닦는 것도 아무렇게나 하면 안 된다. 문지르지 말고 가볍게 두드리듯이 앞에서 뒤쪽 방향으로 닦아야 방광염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최근 화장실의 청결과 위생을 이유로 남편에게 앉아서 소변을 보게 하는 부인이 많아지고 또 실제 그렇게 하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물론 남자가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경우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마무리 문제는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이유는 좌변기의 구조와 자세, 그리고 어떻게 털어야 하는지를 상상해보면 알 수 있다.(절대 앉아서 털어 보라고 시키지는 말고 상상만 하자^^;;)

한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남자들이 어릴 때 했던 소변장난 얘기를 옆에서 듣던 여자동창생이 장난스럽게 끼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