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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안전벨트, 방광 손상 복병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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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3-10 조회수 362

우리나라는 1978년 자동차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했다. 이후 1986년 자동차전용도로에서 안전벨트 착용 의무화, 2018년 9월 28일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모든 도로에서 전 좌석 안전벨트 착용을 의무화했다. 3점식 안전벨트는 골반과 가슴뼈를 고정시키고 사람이 차 밖으로 튕겨 나가지 않도록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안전벨트가 비뇨기계 손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50대 중반의 길동 씨는 회식자리에서 맥주를 마신 후 시간이 늦어져 택시를 탔다. 앞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하는데 호프집에서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화장실을 들르지 못해서인지 소변이 마려웠다. 빨리 집에 가서 소변을 보면 될 것 같아 그냥 참기로 했는데 길이 막히고 아랫배는 계속 팽팽해져 혹시 실수라도 할까 초조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속도를 내서 달리던 택시가 정지신호에 급정거를 했다. 몸이 앞으로 밀리고 아랫배가 안전벨트에 세게 눌리기는 했지만 금방 괜찮아졌다. 다시 택시가 달리는데 뭔가 이상하다. 조금 전까지 식은땀이 날 정도로 마렵던 소변이 아무런 느낌도 없어진 것. 소변을 지렸나 하고 바지를 만져보았는데 그런 것 같지 않다. 집에 도착해 소변을 보려는데 나오지 않는다. 억지로 힘을 줬더니 피가 섞인 소변이 찔끔 나오고 만다. 병원 응급실을 찾아 요도에 소변줄을 꽂고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방광파열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결국 복원수술을 받아야 했다.


소변을 만들어 배설하는 요로기관은 신장, 요관, 방광, 요도로 구성되고 방광은 소변을 저장했다가 요도를 통해 몸 밖으로 내보는 역할을 한다. 치골 뒤쪽 골반 아래에 위치해 소변이 차지 않으면 겉에서 만져지지 않지만 소변이 400cc 정도 차면 아랫배 쪽으로 볼록하게 나온다. 근육으로 구성된 방광은 탄력이 좋아 전립선비대증이나 요도협착으로 소변을 보지 못하는 요폐가 생기면 1000cc 이상으로 늘어난다. 골반에 의해 보호되고 탄력이 있어 외부충격으로 파열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하지만 골반 골절에 동반해 방광 손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골반 골절의 80%에서 방광 손상이 동반된다. 방광에 소변이 가득 차면 팽창돼 근육이 얇아지면서 외부 충격으로 파열될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를 둔상에 의한 방광파열이라 한다.


위 사례처럼 아랫배를 감싸는 안전벨트 역시 비슷한 작용으로 방광에 충격을 줄 수 있다. 방광이 파열되면 차 있던 소변이 방광 밖으로 유출돼 소변이 나오지 않거나 피가 섞인 혈뇨를 보인다.


따라서 아랫배나 골반에 충격을 받은 후 혈뇨가 있으면 반드시 방광조영술을 시행해 방광 손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파열 정도가 심하지 않고 복강과 연결되지 않은 파열의 경우 일주일 정도 도뇨관을 유치하면 치료 된다. 정도가 심하거나 복강과 연결된 파열이라면 수술적 교정이 필요하다.


회식과 송년회로 음주량이 늘어나는 연말이다. 과음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드물게 발생할 수 있는 안전벨트에 의한 방광 파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방광이 빵빵하게 찬 느낌이 든다면 반드시 소변을 보고 차를 타는 것이 좋다는 점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