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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전립선비대증환자들의 고통, 이해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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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3-10 조회수 1,152

“전립선수술은 30분 정도 걸리는 간단한 것 아니에요?”


얼마 전부터 전립선비대증환자에게 수술이 필요하니 입원하자고 얘기하면 의아한 표정으로 이렇게 묻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수술과정과 입원 사유를 설명하면서도 왜 그런 반응을 보이는 궁금했었는데 정치 관련 뉴스를 보다 비로소 왜 그러는지 의문이 해소됐다. 미국 법무부 장관의 전립선비대증수술로 인해 우리나라 장관과의 면담이 취소됐는데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이를 따져 묻는 한 국회의원의 발언 때문이었다.


모 국회의원이 장관을 대상으로 면담 취소를 문책하면서 한 발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미국 장관이 수술을 받느라 때굴때굴 굴러서 못 만나는 줄 알았는데 6일 후로 예정된 전립선비대증수술은 국소마취로 30분만에 끝나는 수술이다. 이런 수술 때문에 약속을 취소 당했는데 결례에 대해 항의하지 않았다고 호통치는 내용이었다. 전립선비대증수술, 정말 간단한 것일까?


미국 법무부 홈페이지에는 장관의 수술에 대한 공식 브리핑이 공개돼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50대 이후 남성의 절반이 앓는 흔한 질환이다. 공식 브리핑에 따르면 70세인 메릭 갈런드 미국 법무부 장관은 커져 있는 전신마취하에 전립선을 깎아내는 경요도적 전립선 절제술을 1시간 정도 받는다. 간략하지만 적절한 설명인데 아쉽게도 전립선비대증이 중년 이후 남성들에게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질병인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국회에서 그런 해프닝이 벌어지게 된 것 같다.


전립선은 여성에게 없는 남성 생식기관이다. 밤톨을 뒤집어놓은 모양으로 방광 입구에서 요도를 둘러싸고 있다. 50대 이후 크기가 증가해 요도를 누르면서 소변 보는 불편함과 함께 성기능 감소, 골반통증 등 다양한 증상을 일으키는데 이것이 바로 전립선비대증이라는 질병이다.


치료는 일차적으로 약물요법을 시행한다.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합병증이 발생하면 수술을 시행한다. 수술은 내시경으로 전립선을 절제해 막힌 통로를 넓혀주는 경요도적 절제술이 주로 사용된다. 시간이 1시간 정도 걸리는 그리 길지 않은 수술이지만 충분히 요도 공간을 넓혀줘야 하고 요도괄약근에 손상이 가지 않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출혈 부위를 완전히 지혈해야 한다. 절대로 간단한 수술이 아닌 것이다.


수술 후 경과는 양호한 편이다. 반나절 정도 안정을 취하고 2~4일 정도 요도에 소변줄을 넣고 입원하고 있어야 하지만 활동이나 식사에 제한이 없고 회복과정에서 통증도 거의 없다. 퇴원 후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오히려 약물요법에 효과가 없는 경우 수술 전까지 불편감이 훨씬 더 크다. ▲소변을 시작하기 힘들고 ▲소변 나오는 데도 오래 걸리며 ▲졸졸거리면서 마무리가 잘 되지 않아 옷이 젖기도 한다. 게다가 과민성방광이 동반되면 2차 증상으로 ▲소변을 참지 못하고 빨리 화장실을 가야 하고 ▲가는 도중 찔끔거리는 실수를 하는 경우도 많다. 소변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야간빈뇨로 인한 수면 부족, 매번 화장실에서 겪는 스트레스로 우울증까지 생기는 심각한 질환이다.


한마디로 전립선비대증은 많은 남성에게 고통을 주는 질환으로 치료나 수술방법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 수술시간이 짧다고 간단하거나 쉬운 수술은 없다. 비뇨의학과에서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알려진 포경수술도 하고 나면 많이 아프고 수술 전에는 가슴이 두근거리고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소변 불편감으로 고통받고 있는 전립선비대증환자는 수술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다는 것을 이해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