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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영화로 알아보는 전립선질환 ①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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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3-03-10 조회수 1,197

전립선은 남성 생식기관으로 밤톨을 뒤집어놓은 모양이다. 방광 입구에 위치하며 방광에서 시작되는 요도가 바로 이 전립선을 관통해 지나간다. 몸 바깥에서 봤을 때 음낭과 직장 사이 회음부 깊숙이 위치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접근하기 어렵다. 전립선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은 30~40대에 흔한 전립선염, 50대 중반 이후의 전립선비대증, 나아가 악성질환인 전립선암이 있다.


요도를 감싸고 있는 전립선 위치로 인해 문제가 생기면 요도에 영향을 끼쳐 소변 보기가 불편해지고 발기력 감소 등 성기능장애와 다양한 형태의 골반통증이 나타난다. 전립선암은 전형적인 증상 없이 일반적인 전립선질환 증상을 보인다. 전립선질환은 대부분 만성 경과를 보이고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쳐 육체적 불편함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의외로 많은 영화 속에서 질병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요로생식기라는 은밀한 부위를 다루는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남성들의 전립선질환을 정말 실감 나게 표현한 영화 두 편이 있어 이번 칼럼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2000년 개봉한 ‘그린 마일(The Green Mile)’은 드라마, 판타지, 미스터리를 섞어 놓은 영화로 교도관(톰 행크스)과 소녀 살해범이라는 누명을 쓴 흑인 사형수와의 관계를 그렸다. 극 중에서 교도관은 소변을 볼 때마다 ‘마치 면도날로 베는 것 같다’면서 힘들어한다. 배뇨장애와 함께 통증, 성기능장애, 오한으로 쓰러지는 모습을 미루어 볼 때 세균성 전립선염으로 추정된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35년에는 치료용 페니실린이 일반병원에 보급되기 전이라 세균성 감염질환은 불치병으로 취급됐을 것이다. 마침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던 사형수가 교도관의 아랫도리를 잡아서 병을 치료해준다. 미심쩍어하면서 화장실로 간 톰 행크스는 통증 없이 소변을 보고 심지어 그날 밤에는 부인과 4번의 관계를 가질 정도로 성기능도 회복된다. 시원하게 소변을 보는 톰 행크스의 황홀한 표정과 하룻밤에 여러 차례의 절정감을 맛본 부인의 행복한 모습은 전립선염이 완치된 상태를 제대로 표현한 비뇨기과적 명장면이다.


전립선비대증은 50대 이후 남성 절반에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소변을 보기 힘들고 소변줄기가 약해지고 소변을 봐도 영 시원치 않은, 즉 잔뇨감 등 다양한 배뇨장애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불편함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영화가 바로 2012년 개봉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Trouble with the Curve)’이다. 나이가 들어 눈도 나빠지고 시대에 뒤떨어져 은퇴를 강요받는 프로야구 스카우트인 주인공이 마지막 출장 여행을 딸과 동행하면서 가족애를 회복하고 노년기라는 인생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맞이한다는 내용이다.


영화의 처음은 아침에 일어난 주인공이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변기 앞의 벽을 잡고 서서 쪼르륵 소리와 함께 힘을 주며 혼자서 끙끙거리고 있다. 무려 30초간 지속되는 이 장면은 “꾸물거리지 말고 얼른 나와, 제발”이라고 사정을 하다가 드디어 “이제야 살 것 같군. 좋아”라는 독백으로 마무리된다. 아마 주인공이 늙었다는 사실을 배뇨장애, 그중에서도 소변을 시작하기가 힘든 전립선비대증 증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전립선비대증을 앓고 있는 환자라면 이 장면을 보고 깊게 공감할 정도의 명장면이다.


사실 전립선염이나 전립선비대증 모두 최근에는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고생할 필요 없이 약물요법으로 쉽게 치료되고 불편함을 덜고 지낼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 궁금해지는 한 가지. 외국영화 말고 전립선질환을 다룬 우리나라 영화는 없을까? 당연히 있다. 다음 칼럼에서는 전립선비대증을 현실적으로 잘 묘사한 우리 영화 한 편을 소개할 예정이니 기대 많이 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