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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의료역사이야기

동대문부인병원 의사, 간호사들이 헌신한 ‘태화복지관’

파일 역사.jpg       
작성일 2023-07-12 조회수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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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조선 땅에서 태어난 아이들 절반은 10살을 넘기기가 힘겨웠다. 1926년 <동아일보>에는 ‘1921년부터 1925년까지 서울 거주 아동의 5세 미만 사망률’이 실렸는데 조선인 유아 사망률은 49.5%, 일본인 유아 사망률은 35.9%에 달했다. 소화기병, 호흡기병, 신경계병 등이 주요 원인이었는데 이는 불결한 위생 상태와 영양 결핍으로 인한 것이었다.

이에 북감리회와 남감리회 두 여성선교부는 ‘어두운 조선 여성사회에 새로운 빛을 주기 위해’ 사회복지관 설립을 하기로 했다. 여성과 아동의 건강을 돌보고 위생 교육 및 보건 사업등을 실시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그 결과 1921년 서울 <태화복지관>이 설립됐다.

태화복지관의 주요 사업은 교육, 사회, 복지, 공중 위생사업과 복음전파였다. 태화복지관은 1924년 동대문 부인병원의 엠마 로젠버거(Elma T. Rosenberger, 한국명 노선복) 간호원장와 한국인 간호원 한신광이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공중보건위생사업과 유아복지사업을 실시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 로제타 셔우드 홀과 한국인 의사 현덕신도 태화복지관에서 진찰을 실시했다. 태화복지관의 유아복지사업은 동대문부인병원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이뤄졌다. 동대문부인병원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태화복지관 유아복지사업을 통해 건강하게 자랐다.

로젠버거 양이 공중보건사업이라는 훌륭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한국인 보조간호원과 함께 매일 아침 태화복지관 주변에 있는 가정들을 방문,

관심과 충고를 요청하는 어떤 사람이든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매일 오후 두시간씩 진찰소를 여는데

찾아오는 부인과 아이들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정도가 심한 환자들은 선교회 병원으로 보냅니다.

동대문부인병원의 홀 박사(로제타 셔우드 홀)가

매일 오후 두 시간 씩 와서 돕고 있습니다.

에드워즈 ‘Letter to Howell’(1924)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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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년 가정방문에 나선 로젠버거 간호원장과 한신광 간호원. 두 사람은 모자보건 및 공중보건 사업을 위해 개별 가정을 방문, 간호 활동을 전개했다. (출처 : 한국근대간호역사화보집)

로젠버거 간호원장과 한신광 간호원은 동대문 부인병원에만 머물러있지 않았다. 무작위로 가정 방문을 해서 유아를 양육하는 법, 임신 중 위생 하는 법 등을 가르쳤고 두유 공급 및 유아 복지 사업을 중점적으로 수행했다. 로젠버거는 1924년 서울 내 기독교 학교를 매달 평균 8회 씩 방문해 위생 교육을 실시했고 한 해 동안 검진한 학생은 500명에 달했다.

“7년 간 아동 사업을 해온 결과 우리 아이들도 잘만 먹이면

6개월까지 완벽하게 성장함을 알 수 있었다.

한국에서 아동 사망률이 대단히 높은데

가장 큰 이유는 아이들의 영양상태가 아주 심각하다는 것이고,

아이들이 우유로 양육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로젠버거, 1930년 ARKWC

로젠버거가 관심을 갖고 실시한 다른 유아복지사업은 목욕 사업이었다. 어린이 건강에 위생을 위해 자주 목욕시켜야 함을 강조했다. 1924년 한 해 동안 직접 가정을 방문해 아기 목욕을 실시한 건만 290건에 달한다. 1927년에는 아예 태화복지관 안에 목욕탕을 만들고, 매주 이틀 ‘목욕하는 날’로 정해 엄마들이 아이를 데리고 와서 목욕을 하도록 했다. 하루 70명 넘는 아이들이 목욕하기도 했고 ‘거리의 아이들’도 무료로 씻겨주었다.

1924년 5월 한국 최초의 우량아 경진대회라고 볼 수 있는 ‘아동건강회’가 태화복지관에서 열렸다.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점수로 매겨 등급을 판정하는 것인데, 마지막 날에는 천막을 치고 수백 명의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시상식을 열고 함께 예배를 드렸다. 1926년 참가한 아이만 97명에 달한다.

아동건강회는 매년 성황리에 이어졌고, 1927년 태화진찰소 아동건강회에는 길정희, 유영준 등 동대문 부인병원 의사들이 심사 위원으로 참석했다. 몸무게, 키, 가슴둘레, 머리크기 뿐 아니라 영양, 신경근육, 척추, 심장 가슴 폐 상태 등을 점수로 매겼다. 이렇게 태화여자관의 무료 어린이 건강진단은 연중행사로 정례화 되고 태화여자관의 모자보건사업과 근대적 양육의 개념과 지식을 널리 알리는 사회적 행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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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건강회에 참여한 건강한 아이들 (출처 : 고 현덕신 선생 사진첩)

<참고 문헌>

권복규, 보구녀관 최종보고서

황미숙, 내한 미국감리교회 선교사들의

사회복지사업 1885~1960

대한간호협회, 한국근대간호역사화보집